ㅇㅅㅎ의 얼굴 한 줄 전집

모두를 보내고 마주한 그와의 이차 술자리는 나를 꺼림한 기분에 들게 했다.  

사실 그날 술자리 일차 부터 그러하였다.  그는 선생 앞에서, 전에도 자신이 먼저 꺼내었다 사과로 마친 이야기를 재론하여,  다시 사과로 끝내고 있었다. 그것도 취기에 젖은 사람의 힘인 망각과 분기를 빌리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  시종 그의 힘 없는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두깨가 없는 사람의 표정. 제 딴에는 앞뒤 안보고 즐거움을 쫓아 직정경행하는 것이 신념이라고 해두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렇게 휘발한 뒤에 아무 것도 쌓이지 않는 것은 그에게도 허망한 일이었다.  인터넷 한 게시판에 선생의 실명을 거론하는 글을 기분에 올렸다가 통화 뒤에 지우게 된 뒤에 그가 골몰했던 생각이 그것이었다.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삭제가 요청되고,  또 본인도 삭제하게 되는 감각들의 흔적만 남은 자신의 인생이란,  얼마나 슬프도록 얇은 것인가.
그는 그래서 사과를 받은 뒤 화제를 돌리는 선생의 말에까지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정말 무슨 말인지 몰랐다면,  굳이 그런 응수를 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자신의 적을 두지 않고, 특별한 주제에 천착하지도 않는 특성을 굳이 숨기지 않는 것이 가장 나은 수성법이라는 잔혹한 욕망에 순응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치부를 구태여 감추기 보다,  제 스스로 까발려서,  상대가 거기에 대해 생각하려는 것 자체를 통제하려는 사람. 그가 난데 없이,  그 아무것에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두 부모가 공무원이라 자신은 한평생 적당히 즐기며 살 생각이라 고백하였을 때가 바로 그랬다.  그가 거기서 하고 싶었던 것은 방어였다.  자신은 자신의 경행의 삶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것에 정도 이상의 수치심이 없었다면,  그런  말을 꺼내지 조차 않았으리란 생각을 내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 밥벌이 정도는 하고싶다고 하였을 때, 그런 삶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경멸에 찬 찡그림이 있었는데,  곧 그는 예의 허망하게 무표정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내게 너를 만나는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란 독한 말을 했다. 여기서 필요는 내게 지적인 정보를 얻어낼 것이 있다는 이야기였고,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반론할 수 밖에 없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그의 무표정.
물론 이 이야기 또한,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자신이 얼마나 경쾌하게 얽매임 없이 사람을 만나는 가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자랑이지 부끄러움이 아니라는 변호였으며,  변호하기에 드러나는 그의 흉금 속 상처였다.

나는 그가 여태 나에게 참석을 종용했던 독회또한 우애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 자리에 딱히 알찬 말을 할 전공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그때서야 했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어리석길래,  이토록 강권할 때는,  인정으로라도 한번쯤 참석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일까?  왜 나는 그를 마음으로 아꼈고,  그가 나를 마음으로 아끼리라 생각했을까?

그날의 표정이 의미하는 바들이 이것이었다.

나는 이제라도 인간관계의 미몽에서 깬 것이, 그가 깨뜨려준 것이 진실로 고마웠다.  아마 더 깊어졌다면 내 쪽에서 나에게 그리고 그에게 추한 꼴을 보였을 것이다.
고맙다,  너의 경행에게.

잘 있거라! ㅇ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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